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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디자인 분석

야숨의 삼각형 법칙으로 알아보는 엘든 링의 필드 유도 디자인

본문은 CEDEC 2017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후지바야시 히데마로(닌텐도 감독)와 마코토 요네즈(닌텐도 리드 아티스트)가 발표한 것을 바탕으로 분석합니다.

 

링크

[CEDEC 2017]「ゼルダの伝説BotW」の完璧なゲーム世界は,任天堂の開発スタイルが変わったからこそ生まれた (4gamer.net)

 

∥CEDEC 2017∠≈ゼルダの帕棱BotW∽の窗帔なゲ〖ム坤肠は·扦欧撇の倡券スタイルが恃わったから

 CEDEC 2017では扦欧撇の赂哼炊が络きいのだが·その面から·≈ゼルダの帕棱 ブレス オブ ザ ワイルド∽のオ〖プンワ〖ルドがいかにして扩侯されたかに簇するセッションについて·谰李帘皇

www.4gamer.net

 

 

 

이번 글에서 엘든링의 필드 유도 디자인 중 하나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필드 유도는 이 글 한정으로 플레이어가 어떠한 곳으로 루트를 짜고 진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글을 써 내려갈 생각이다.

 

이번 글에서 중점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1.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이동하도록 플레이어들을 유도하는 방법
2. 살짝 보여줘서 탐험을 더 즐겁게 만드는 기법

에 대해 야숨의 실제 디자인을 바탕으로 엘든링에서도 해당 디자인이 어떤 식으로 들어가 있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이동하도록 플레이어들을 유도하는 힘은 무엇인가?"

요약하자면 '플레이어에게 유익한 것이 있기 때문에 그곳으로 향하고 싶어지는 것'이 플레이어들을 끌어당기는 힘(인력)이라고 한다.

 

인력(引力), 마치 나방이 당연하게도 밝은 곳에 가게 되는 것과 같다.

 

좀 더 파고들어보면 의미는 이러하다.

엘든 링의 경우,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며 레벨업이나 상점 및 무기 강화를 하기 위해 게임 내 재화인 '황금의 룬'(룬)을 필요로 한다.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더 강해져야만 하는 플레이어는 룬을 얻거나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다양한 곳을 향하게 된다.

그럼 플레이어는 어디로 향할지 플레이어의 자유의지에 따라 자기 앞에 펼쳐진 광경에서 눈에 들어오는 곳(꾸민 장소)에 가게 된다.

그 장소로 이동한 플레이어는 새 이벤트와 조우하게 된다. (ex. 적과의 전투, 지하 던전 발견, NPC 조우 등)

이후 이벤트를 마친 플레이어는 다시 원래의 경로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인력이 플레이어를 그곳으로 유도하는 무한루프가 발생한다.

 

야숨 개발팀은 이러한 반복이 재미를 계속해서 낳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유도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자기 의지대로 모험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 역시 게임을 하며 그러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스타트에서 끝지점으로 바로 이동하려 했으나 플레이어는 다른 곳에 매력이 끌려 그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인력을 발생시키는 장소는 무엇인가?" 에 대한 몇 가지 사례가 있다.

 

크기에 따른 인력

사이즈에 따른 인력

단순히 사이즈가 커서 눈에 띈다는 의미이다.

지하 던전에서 튜토리얼을 마치고 나오면 반겨주는 림그레이브의 첫 경치
리에니에 진입 시 첫 광경, 좌-우-중간의 큰 건축물들이 시선을 끈다.
플레이어는 이런 눈에 띄는 구조물들을 기준으로 다양한 이동 루트를 짜보고 이동하기 시작한다.

크기가 크기 때문에 그쪽에 가면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직감과 탐구욕에 따라 이동하게 된다.

 

목적에 따른 인력

목적에 따른 인력변화

이런 게임세계에서 강해지고 싶다거나 하는 등 각각의 플레이어만의 어떤 목적에서 오는 인력이다.

지하던전 같은 찾기 힘든 곳의 위치를 알려주는 인도의 석상

좋은 아이템을 얻는다던가 하는 목적으로 적의 요새나 동굴 같은 강력한 적이 나올 것 같은 곳에서 더 매력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목적과 크기에 따라 복합적인 인력이 작용한다.

 

 

살짝 보여서 탐험을 더 즐겁게 만드는 기법

 

필드 레벨 디자인을 맡은 팀에서는 '필드 삼각형의 법칙'을 적용했다고 한다.

 

야숨의 경우, 지형의 기복이나 자연물 배치에 있어서 플레이어가 볼 때 삼각형으로 보이게 설계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의 눈앞에 산이나 언덕으로 막아서있으면 그곳을 올라 넘어설지, 아니면 옆으로 회피할지 진행 루트 선택지를 주는 것처럼 말이다. 

삼각형은 첨단에 시선을 유도하는 효과도 높기 때문에, 산이나 언덕이나 구조물을 배치하는 것으로 거기에 흥미를 유도할 수 있다.

 

필드 삼각형의 법칙

플레이어가 어느정도 우회하거나 올라왔다면 눈앞에 있던 삼각형에 의해 차폐되고 있던 '건너편의 경치'가 나타나게 된다.

삼각형은 선단에 시선유도를 시키는 효과가 높기 때문에 이것은 플레이어가 "저기에 한 번 가 볼까?"하는 동기부여로 이어진다.

 

필드 레벨 디자인팀은 이러한 '경치(정경)의 삼각 실루엣 효과' 로 3개의 역할을 상정해 레벨 디자인을 실시했다.

 

분기 루트로써의 역할, 가로막는 삼각형은 분기를 낳는다.

큰 삼각형은 산이나 산맥과 같은 대규모 지형으로 설정하여 멀리서도 볼 수 있는 랜드마크적인 역할을 준다.

 

 

차폐물을 서서히 시야에 넣는다

중간 삼각형은 어느 지점에서 한층 더 먼 정경이나 시설, 자연물을 숨기는 차폐로서의 역할을 준다.

 

선단으로의 시선유도

작은 삼각형은 근거리를 차폐하는 정도의 바위나 기복을 메인으로, 국소적인 탐색을 촉구하는 템포 역할을 준다.

 

각자 산이나 언덕 혹은 건축물들이 삼각형의 역할을 수행한다.

추가적으로 삼각형의 응용확장으로 사각형 및 사다리 꼴의 차폐효과도 있다.

사각형은 삼각형처럼 단계적으로 무언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건너편이 확 열리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사다리꼴은 삼각형과 사각형 양쪽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야숨의 경우 실제 모식도는 이러하다.

위의 모식도를 보면 큰 삼각형 수는 적지만 지면에 대한 점유량은 크다.

반대로 작은 삼각형은 많지만 지면에서의 점유량은 작아진다.

또한 랜드마크 역할의 큰 삼각형 주위에 작은 삼각형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큰 삼각형으로 향하는 경로를 여러 개 낳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근처가 플레이어 입장에서 본 선택의 자유도를 높이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 세계를 어떻게 제작했는지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이기 위한 단계별 제작과정이 있다.

만약 탑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면, 이러한 직선 과정은 뭔가 밋밋하고 재미없다.

 

케일리드 가도 남쪽 부근 높은 곳에서 바라본 적사자성으로 가는 길

그러니 길을 구부린다.

삼각형에 의해 길이 구부러진 것으로 지상에 기복도 나타난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아직 탑이 보이기 때문에 필드 삼각형 법칙에 따라 탑을 숨긴다.

 

계속 진행하면 탑과는 다른 네모진 건물이 보인다.

 

추가로 더 진행하다 보면 사각형 구조물 뒤에서 갑자기 탑이 나타나게 된다.

흐름은 여기까지이다.

 

엘든링에선 어떤 느낌으로 구현되었을까?

케일리드 가도 남쪽 축복, 저멀리 대용찬 교회가 보인다.

케일리드 가도 남쪽 축복에서 큰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할 것이다.

축복에서 활성화하자마자 저 멀리 대용찬 교회가 반겨주며 첫 유도가 시작된다.

 

원래 대용찬 교회 앞에 필드보스가 존재하여 한 번 더 교회쪽으로 흥미를 이끈다.

저 멀리 우측에 대용찬 교회로 향한 갈림길이 있으나 좌측으로 진행한다.

대용찬 교회로 가는 길 역시 직진이 아닌 언덕으로 막혀 굽은 길로 되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진행하다 보면 앞에 작은 언덕과 어떤 나무가 보이는데 이 언덕을 돌아서 큰길로 이동하다 보면

 

저 멀리 점점 적사자성의 모습이 작게 드러나며 또다시 흥미가 유발된다.

 

우연인가? 억지인가? 더 가보자

 

케일리드 남쪽 큰 두갈래길

더 가다 보면 지도를 얻을 수 있는 곳을 기점으로 큰 두 갈래 길로 두 가지 선택지가 형성된다.

저 멀리 적사자성의 모습이 아직 보인다.

 

갈림길에서 말에서 내려 출발하면 오르막 시야에 막혀 앞의 타워가 일출하는 것처럼 서서히 등장한다.

오른쪽 길로 가다 보면 바로 앞에 보초 탑이 점점 드러나며 점점 유도된다.

보초 탑을 노란색 소실점 기준으로 하여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 역시 인상적이다.

 

황금종자로 갈수록 언덕에 가려진 적사자성의 모습이 드러난다

조금 더 가다 보면 황금종자가 보여 이 앞으로 자연스레 유도되어 이동하게 된다.

원래 황금종자에 오기 전에 앞의 언덕에 가려 적사자성이 거의 보이지 않으나, 황금종자로 가까이 갈수록 점점 아까보다 가까워진 적사자성의 모습이 드러난다.

황금종자에서 조금만 더 앞으로 가보면 이렇게 가려진 언덕에서 서서히 적사자성의 모습이 완전하게 드러난다.

적사자성으로 가는 길 역시 굽은 길로 되어있으며 가는 길에 배치된 보초 탑 2개와 크고 노란 원의 몬스터 구역까지 배치되어 있다.

 

우연... 인가...?

우연이라고 하기엔 굽은 길에서 삼각형이나 사각형 같은 오브젝트로 가린 후 보여주는 연출이 다른 곳에서 자주 보인다. 

 

 

레아 루카리아 동부 끊어진 다리 축복에서 대승강기로 이동하는 과정

리에니에 북부에서 대승강기로 이동하는 과정에선 길이 넓기 때문에 주변의 나무들이 삼각형으로 작용하여 앞의 대승강기를 사선에서 서서히 드러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승강기로 향한 길 역시 굽은 길이다.

 

보스 고드릭을 잡고 스톰빌을 나와 리에니에에 첫 진입하는 장면

길이 좁다면 이런 무성한 풀숲과 나무들이 양쪽 시야를 막아 사각형으로 작용하여 중앙의 레아 루카리아가 서서히 드러나다가 양쪽의 랜드마크들의 시야가 동시에 확 트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늘성으로 가는 길
거인의 산령 다리

또한 이런 식으로 작은 삼각형(언덕)의 꼭대기를 넘어섰을 때 보여주고 싶은 것이나 경치를 확 드러내는 방법의 연출도 종종 나온다.

 

겔미어 화산 진입 전 다리

겔미어 화산에 진입 전에도 마차와 암벽들 같은 오브젝트로 앞의 풍경을 가린 것을 볼 수 있다.

 

화산관 진입 전 영기류
리에니에 호수 걷는 영묘 앞 영기류
다크소울 컷신에서도 사용된 연출방법이다.

바로 앞을 막아서는 큰 사각형 혹은 사다리꼴 절벽을 놓고 영기류 점프를 통해 확 트이게 하여 앞으로 진행할 구간을 그냥 보여주는 것보다 더 인상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다.

원신이나 야숨에서 패러세일로 기류를 타고 높이 올라가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시원시원한 느낌이다.

 

두 가지 기법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이다.

 

억지라고 하면 억지로 보이겠지만 게임을 직접 해보며 여러 곳을 세세히 다니다 보면 본인이 올린 사진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곳에서 사용된 다양한 연출들을 찾아볼 수 있다.

야숨 개발자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이기에 곧 나올 다른 게임들에서도 앞으로 종종 해당 기법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오픈월드 안에선 당신이 게임을 하며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디자이너의 의도가 여러 가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오픈월드 게임들이 유독 평론가 점수가 좀 더 높은 것 같다고 느껴지면 이런 것 또한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영화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연출이나 기법들이 오픈월드에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게임이나 영화를 하면서 이러한 사소한 필드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