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선 엘든링의 내러티브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내러티브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스토리텔링의 '텔링'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크게 보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프롬 소프트웨어의 스토리 텔링 방식은 호불호가 크기에 커뮤니티들의 떡밥 소재로 자주 쓰여왔다.
우리가 게임을 하며 줄곧 생각해왔던 스토리 텔링 방식과 매우 이질적인 것도 있으나, 정말 이 게임이 스토리를 생각하고 만든 것인가에 대한 것이 주요 쟁점이었고, 엘든링 역시 출시 직후 이 떡밥을 피해갈 수 없었다.
과연 이 회사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정말 잘 만든 것인지 아니면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지만, 스토리를 전달하는 내러티브 방식이 이 회사의 의도대로 잘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은 알 수 있다.
NPC 퀘스트 라인을 중점으로 알아보자.
엘든링은 퀘스트 로그가 타게임들에 비해 너무나도 부족한 것은 지극한 사실이다.
UI에도 지금까지의 퀘스트 진행상황을 따로 알 수 없다.
나오고 얼마 지나서야 다음으로 나아가야 할 위치를 맵에 표시해주는 기능은 생겼다지만, 그 퀘스트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엘든링의 NPC 알렉산더를 예로 보자.
땅에 박혀있는 알렉산더를 꺼내주면 고마움의 작은 선물과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화를 마치고 근처의 축복에 앉았다가 돌아오면 어느샌가 사라져 있다.
그게 끝이다. 게임은 더이상 당신에게 아무것도 부여하지 않는다.
당신은 단순히 누군가를 도왔고, 그 누군가는 이제 당신 없이 그들만의 삶을 계속한다.
이는 미야자키가 뉴요커 인터뷰에서 말했던 백령 시스템의 모티브와 같은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프롬 소프트웨어의 주요 시리즈들에서 당신은 이러한 행동을 여러 번 수행하게 된다.
NPC는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그들 자신을 위해 존재하며, 그들만의 목표가 있으며, 때때로 그들과의 상호작용이 그들의 삶의 궤도를 바꿀 수 있지만 그들의 목표 있는 삶은 고작 당신을 위해 멈추지 않는다.
알렉산더와의 첫 이벤트를 마치면 전통적인 퀘스트 보상으로써의 아이템을 준다.
케일리드의 게르갱도쪽에서 두번째로 알렉산더를 찾게 되면 그는 또 다시 축제에 대해 언급한다.
참여해볼만한 흥미로운 제안을 하지만 어느쪽이든 퀘스트로써 요구하진 않는다.
또한, 다른 NPC인 블라이드의 이벤트를 진행하다 보면 알렉산더와는 다른 이유로 축제에 참여하게 되고, 이를 플레이어에게 제안한다.
여기서 이 시리즈들의 내러티브 디자인과 다른 게임들의 내러티브 디자인의 차이점을 볼 수 있다.
퀘스트는 동등한 교환이 아니며,
항상 끝에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며,
당신의 플레이에 꼭 이점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플레이어가 적사자성의 라단 축제에 달하면, 두 NPC들은 당신을 돕겠다고 하지만, 이것은 전통적 퀘스트에 대한 보상이 되지 않는다.
이전에 그들과 이벤트로써 조우하지 않아도 그들은 이 축제에 오게 되며, 이는 그저 당신이 거기에 있었기에 돕는다고 하는 것이지 당신의 직접적인 행동으로 그들이 자신을 돕도록 바꾼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당신에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NPC들을 만났었는지에 대한 여부와 관계없이 그들이 이 축제에 있다는 사실은, 이 캐릭터가 그저 당신의 오락을 위해 존재하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전통적 퀘스트 방식으로 NPC와 플레이어 사이에서 플레이 동기성을 꾸준히 유발하면서도, NPC와의 관계성 구축 및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당신은 NPC들이 자유롭게 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일 뿐이다.
이것은 이 시리즈의 내러티브 디자인의 필수 요소이며, 모든 캐릭터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당신에게 아이템을 팔던 상인이 갑자기 모험을 떠나 상점을 이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플레이어에게 필수적인 기능을 강탈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논점이 생길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좋든 나쁘든 이 회사의 내러티브 디자인을 표현할 필수 구성 요소가 된다.
캐릭터는 자율적으로 주변을 움직여야 하고, 배우고, 성장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이것이 왜 필수적이냐고 하면, 이는 탐험과 발견에 대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난관을 극복하고 시스템을 마스터하는 게임이며, 상인 NPC 마저도 갑자기 일어나서 떠날 수 있다면 게임의 다른 모든것에 불확실성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당신은 그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이전 시리즈들로부터 이어져온 게임의 의도된 측면이고 그것이 내러티브 디자인으로써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고려해야할 주요 요소라고 본다.
돌아와서 게임 디자이너의 시점에서 봤을 때, 당신은 알렉산더를 봤을 때 아무런 보상을 주지 않기에 말을 걸 동기를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하찮게 보일 수 있겠지만, 우정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 캐릭터와 같이 나란히 싸우고, 그 NPC가 성장하고 더 나은 전사가 되도록 돕는다.
커뮤니티 같은 곳을 조금만 둘러봐도 많은 사람들이 엘든링의 알렉산더, 다크소울의 양파기사들 같은 NPC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친구 같다고 말하는 걸 볼 수 있다.
이 우정은 보통 흔히 있는 퀘스트의 거래적인 상황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과 대화한다고 해도 몇개의 금화와 팔목보호대 하나를 주는 한, 왜 지하실에서 20마리의 쥐를 죽여야 하는지 알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들과의 대화를 건너뛰곤 한다.
게임이 나에게 퀘스트를 깨면 새 팔목 보호대를 얻을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자신은 팔목 보호대를 얻으러 온 것이기 때문에 우정을 형성하는 것에 흥미를 잃는다.
이것은 잘 알려진 심리적 현상으로, 외적 동기는 내재적 동기를 약화시킨다.
누군가는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싶어할 수도 있지만, 만약 당신이 그들에게 그것을 하도록 10만원을 준다면 그들은 그 일의 즐거움에 흥미를 잃고 대신 금전적 보상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더 궁금하다면 '인지평가이론(Cognitive Evaluation Theory)'에 대해 더 알아볼 것을 권한다.
그런 내러티브로 표현된 NPC들의 스토리 끝에서 얻게 되는 보상은, 누군가에겐 더 몰입되면서도 매우 인상 깊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오픈월드 게임의 비슷한 예시 중 하나로는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주인공이 속한 집단인 반 더 린드 갱단이 있다.
이 게임의 NPC들이 플레이어와 어떻게 관계성을 구축해나가고, 그 최후는 어떠한지,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감정변화를 느껴가는지 직접 플레이해보고 사람들의 반응을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그외 내러티브 방식으로도 흔히 커뮤니티에서 '프롬뇌'라고 부르는, 배경의 오브젝트들에 게임의 세계관과 관련된 디테일을 넣어 세계관에 대한 사람들의 상상을 유도하는 것이 있다.
아이템 설명, NPC 대화, 배경 오브젝트에 들어있는 내러티브적 디테일 요소가 게임에 녹아들어있다고 이해하면 좋다.
그러한 상상은 플레이어들이 모험하고 있는 지역이나 작은 구역 하나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에 도움을 주고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킨다.
NPC 퀘스트 로그가 없는 것과 더불어 플레이어들이 커뮤니티에서의 정보에 의존하도록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다만 이것은 오피셜이 아닌 플레이어들의 추측이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으로, 그런 게 있다 정도로만 이해하는 것이 좋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1. NPC는 자신의 동기를 가지고 존재하며,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맵을 이동한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여러 기회를 찾을 수 있다.
2. 퀘스트 로그가 없는 것은 거래에 대한 약속 없이 캐릭터 상호 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3. 아이템 설명, NPC와의 대화, 배경 오브젝트들 자체에 녹아있는 내러티브적 디테일 같은 것들은 해당 지역이나 작은 구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안내하는 것에 사용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들이 무엇에 사용되는 걸까?
전체적인 내러티브는 무엇이고 이것이 명확하게 전달됐을까?
게임 초반에 NPC인 멜리나는 황금 나무의 규율을 거부하고 불태우는 것에 대해 플레이어의 스토리 진행 동기를 잡아준다.
이후 플레이어는 왜 그래야만 하는지 확실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궁금증을 가진 채로 어떤 방향으로든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게 된다.
허나 이 궁금증은 플레이어가 계속 여러 지역을 탐험하며 어느정도 해결하게 되고, 오히려 이에 대한 주관도 가지게 된다.
내가 케일리드에 있다면 땅의 타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유추할 수 있으며, 결국 타락한 괴물로 구역을 배회하는 '라단'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리에니에 호수에 있다면 그곳의 랜드마크인 마법학원의 지배자인 '레날라'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두 지역의 지도자는 게임의 주요 인물들이며, 스토리에서 마리카 여왕을 잃은 후 권력을 얻은 인물들이다.
케일리드, 리에니에, 화산관 등 다른 모든 지역은 마리카와 관련해서 싸우던 지도자들의 내부 구성원으로, 이전에 서술했던 내러티브 방식들을 통해 그들이 이 싸움의 결과로 얼마나 심하게 타락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엔딩에서 맞이하는 황금 나무의 규율, 엘든 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지에서 플레이어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자신이 여태 했던 모험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판단하게 된다.
황금 나무의 규율이 그렇게 끔찍한 세상을 만들었다면, 내가 어떻게 그 규율에 저항하고 싶지 않을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나는 게임을 하면서 이 보스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보스와의 싸움이 아무리 짜증나도 내가 그 보스를 죽이는 것이 왜 중요한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복잡하게 얽혀진 캐릭터들의 스토리에 대해 의견을 가질 수 있고, 그것들을 기반으로 엔딩 선택지가 결정된다.
엔딩 컷신은 이러한 모든 과정을 나에게 설명할 필요 없이 이를 곧바로 수행한다.
자신이 그 게임의 주인공의 삶을 플레이 해왔기에 게임 설명으로 자신에게 더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다.
여기까지 프롬 소프트웨어의 내러티브 디자인 요소 중 일부를 알아볼 수 있었다.
본 글은 해당 글을 인용해 이해하기 좋게 필자가 더 첨언한 것으로, 필요 시 참고바람
https://www.gamedeveloper.com/blogs/narrative-design-in-elden-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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