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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디자인 분석

세키로와 다크 소울로 알아보는 엘든 링의 그래픽 비주얼 디자인 1

이번 글에선 배경을 만들 때 프롬 소프트웨어가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주의하는 것들에 대해서 찾아보고자 한다.

글에서 사용할 배경의 의미는 게임의 스토리 배경 같은 것보단 실제 인게임의 건축물이나 물건 같은 오브젝트들로써의 배경(그래픽 리소스)에 가깝다.

작성하기에 앞서 엘든 링이나 전작들을 플레이해본 경험이 있어야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프롬 소프트웨어는 2021년에 있었던 일본의 CEDEC+KYUSHU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배경'과 '캐릭터'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했거나 주의했던 것들의 일부를 공개하여 발표했다.

그 발표 내용의 예시로 사용되었던 소울류와 세키로 자료를 기반으로 엘든링에선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그럼 바로 배경을 만들 때 프롬 소프트웨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알아보자

 

세계관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비주얼

 

세계관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비주얼의 종류는 여러 가지 있겠으나 개발진들이 공개한 일부 3가지 요소는 이러하다.

 

실현을 위해 필요한 요소

1. 컨셉(개념) 설정
2. 컨셉을 전달할 에셋 선택
3. 리얼리티 연출

 

 

3가지 요소를 좀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이러하다.

 

비주얼 컨셉으로 의식하고 있는 일

1. 컨셉부터 역사와 문화까지 심층적으로 반영한다.
2. 세계관을 알리기 위한 에셋의 선택과 배치
3. 각각의 장소와 장식물에 설득력을 낸다.

 

 

컨셉 설정

 

배경을 만들기에 앞서 표현하고 싶은 컨셉(개념)을 설정한다.

개발자들이 다크 소울을 예시로 들었을 땐 이러하다.

 

다크소울3의 차가운 골짜기의 이루실

차가운 골짜기의 이루실의 경우, 해당 배경을 제작할 때 '고귀한 이미지와 높은 계급의 사람이 살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컨셉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이 컨셉을 실현하기 위해 고딕 건축에 의한 질서 정연한 거리 풍경을 제작했다고 한다.

 

다크소울3의 불사자의 거리

불사자의 거리 역시 사진의 배경을 제작할 때 '주민의 광기적인 이미지'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배경을 제작하였다.

목조가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자세히 보면 시체들도 매달려 있다.

그렇기에 마을이 단순히 녹슬었을 뿐만 아니라 광기적인 인상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컨셉을 전달할 에셋 선택

 

컨셉을 정했다면 이를 표현할 에셋이나 오브젝트(물건)를 선택해야 한다.

개발자들이 세키로를 예시로 들었을 땐 이러하다.

 

세키로의 불상 조각가의 방

불상 조각가의 방은 조각된 인형을 대량으로 배치함으로써 여기에 있는 인물이 오랫동안 혼자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상한 광경을 본 플레이어들은 자유로운 NPC가 아니라고 직감할 수 있다.

 

 

세키로의 버려진 감옥

해당 사진에선 시체가 오른쪽 아래 테이블에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어 이 장소가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 상상이 가능하다.

구더기가 튀어나오는 화병과 거미줄을 배치해서 더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도 있다.

 

 

리얼리티 연출

 

컨셉을 전달할 에셋들을 골라 필요한 위치에 배치하여 리얼리티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자들이 세키로를 예시로 들었을 땐 이러하다.

 

이 사진에선 중앙에 큰 지도와 함께 주위에 좌석들이 배치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여기가 주인과 주인의 부하들이 작전 모임을 가지는 장소임을 알 수 있다.

 

이 사진에선 화려한 접이식 병풍과 칼 받침대가 배치되어 있는 걸 보아 이 장소에 있는 사람의 지위나 높이를 알 수 있다.

또한 오른쪽 책상과 책에서 지적인 사람이라고도 생각될 수 있다.

 

 

그럼 엘든링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생각해보기에 앞서, 우리가 프롬 소프트웨어의 디자이너는 아니기에 컨셉 구상의 정확한 답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답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이전에 디자이너들이 발표한 오피셜들을 근거로 하여 생각해볼 여지는 충분히 있다.

 

예시로 두 곳을 알아본 뒤에 실제로 어떻게 생각했을지 역으로 구상해보자.

 

스톰빌의 승강기측 방 축복

스톰빌에서 고드릭 보스룸으로 향하는 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승각기측 방 축복이다.

우리가 이전에 스톰빌 본성에 진입할 때, 포탄에 공격당한 외곽성벽이나 주변에 널브러진 무기들 등 통해 큰 전투가 있었던 곳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들어오자마자 허겁지겁 축복부터 찍은 당신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니 다양한 물건들이 배치되어 있다.

 

벽들 쪽엔 스톰빌 병사들이 사용하던 검, 할버드, 방패, 대포, 나팔 등의 다양한 무기들이 있으며 한쪽엔 땅 잃은 기사들이 입던 갑주나 무기들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뭐가 들어있는지 모를 박스들과 대기병용 거마창 등이 있는 이곳은 무슨 컨셉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이것만 봐도 어떠한 곳인지 알 수 있지만 밖에 나가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승강기측 방에 들어오기 직전 필드

밖에 나가보면 수많이 있는 거마창들과 발리스타, 그 외 많은 병사들과 소초 등을 보면 이곳이 전시에 병사들이 신속히 가져다 쓸 전투물자들을 보관하는 군수창고임을 알게 될 것이다. 

 

 

다음은 레아 루카리아에 입장하자마자 볼 수 있는 배경이다.

본래 레아 루카리아의 건축양식이 그렇듯이 고딕 양식으로 내부를 디자인했음을 알 수 있다.

이 학원의 석관을 쓴 학도들이 이용하던 교회로써 성스러우면서도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컨셉을 실현하기 위해 고딕 양식의 기둥,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의자, 성유물을 담아 매달아 놓은 철장, 의식을 위한 제단, 성 촛대 등을 적절히 배치한 모습이다.

 

(좌) 쾰른 대성당 내부, (우) 설리번 보스방

실제 쾰른 대성당이나 밀라노 대성당 같은 고딕 양식의 건축물 혹은 다크소울 3의 깊은 곳의 성당이나 설리번의 성당 등에서도 비슷한 양식을 찾아볼 수 있다.

대성당에 가본 적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본인도 그랬듯이 이런 곳이 꽤나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레아 루카리아의 뻐꾸기 교회

또한 다른 필드의 폐교회들과 달리 촛대에 불이 아직 켜져있고, 사진에선 죽어있지만 본래 석관을 쓴 신자가 긴 문장의 구절이 적힌 양피지 앞을 지키고 있기에 이곳이 여전히 운영 중이었음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 두 곳의 배경을 살펴봤으니 이번엔 아까 말한 절차에 따라 맛보기로 역구상해보도록 하자.

 

 

당신이 이 회사 신입 디자이너로서, 엘든링 내 지역인 도읍 로데일의 성 내부에서 스토리적 개연성을 위하여 몬스터인 '조향사'의 방을 디자인하게 되었다고 해보자.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조향사는 조향병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사용하는 적이기에 다양한 조향병을 연구하고 제조하는 방을 디자인해보기로 한다. (컨셉 설정)

조향병을 연구하고 제조하는 곳이기에 플레이어들이 여길 봤을 때 연금술사 같은 사람들이 어떠한 것을 제조할 때 사용하는 방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다.

고상하면서도 신비한 이미지도 줄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그럼 내가 만약 조향사였다면, 이러한 컨셉의 방엔 어떤 물건들이 들어가야 있어야 할까? (컨셉을 전달할 에셋 선택)

조향병을 제조하는 조향사들의 방이니 당연히 조향병이 필요할 것이다!

조향을 담을 향로들도 있다면 좋을 것이다.

조향을 만드는 것에 필요한 약초들이나 그외 재료들도 방에서 재배해서 바로 수급할 수 있도록 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참고하고 연구할 책도 있으면 더더욱이 좋다.

 

연금술사들의 방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럼 이제 이 방의 현실감을 위해 실제로 어떤 것을 어떻게 배치할까? (리얼리티 연출)

라고 한다면 이건 개인의 디자인 및 인테리어 감각의 영역일 것이기에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본인이 직접 배치해서 잘 나오면 좋겠지만 이런 인테리어 쪽의 디자인 감각은 그래픽 계열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다만 신비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향로에서 스물스물 흘러나오는 연기를 통해 신비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을 듯하다.

또한 책들이 쌓여있는 서재들 옆에 내가 사용할 책상과 의자, 밤에도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책상 위에 촛등, 천장에 완성한 조향병들도 장식해두고 조향에 필요한 약초들도 무럭무럭 자라나서 천장에서 흘러내릴 정도면 더욱더 연금술사다운 방이 될 것이다.

 

해서 그래픽 계열 팀에 해당 에셋들의 제작 및 배치를 부탁했다고 하면, 받은 결과물은 아래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로데일 도읍의 성 내부 조향사들의 방

천장에 매달려 장식된 조향병들과 천장을 덮을 정도로 무성히 자라난 조향 제작에 필요한 약재들, 연구에 필요한 서재들과 실험에 사용할 다양한 향로들과 그 외 여러 오브젝트들

조향병 아이템을 획득해서 확인해본 플레이어라면 여기에 왔을 때 "누가 봐도 조향사들의 방이구나."라고 추측할 여지가 생길 것이다.

조향병을 확인해보지 않았어도 무언가를 연구하는 방이나 무언가를 만드는 공방이라고 추측될 것이다.

 

 

이렇게 컨셉을 먼저 설정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것을 떠올리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첫 번째 단원은 어떻게 보면 사람에 따라 당연하게 보일 수 있는 것들일 것이다.

대단원을 두개씩 묶어 2편으로 작성하려 했으나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로 2-3개의 대단원이 더 있을 것이며 두 번째 편에선 스트레스 요소를 제거하는 오브젝트 배치 디자인을, 여분이 된다면 변화와 선명도를 가진 그래픽까지 같이 알아볼 예정이다.

 

 

 

참고

[CEDEC+KYUSHU]フロムゲーの硬派な背景やキャラは,どのように作られているのか。グラフィックス制作における実例の数々が紹介された (4gamer.net)